4대강 반대 명동 미사 강론 전문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 22)
저희 양수리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은 지금 121일째 ‘4대강반대 생명평화’를 위해 두물머리에서 릴레이 단식기도와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지정학적으로 남과 북의 두물이 만나는 곳인 동시에 역사적으로 조선의 실학과 서양의 천주학(서학)이 만나는 곳입니다. 두물머리 중심에 자리잡은 정약용 선생의 생가는 이 두사상이 만나는 것을 웅변적으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말과 19세기를 거치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남인을 중심으로 싹튼 실학은 정조임금에 이르러 조선을 개혁하려고 했지만 정조의 죽음으로 실패하고, 그들은 천주학을 만나면서 참된 진리를 찾아나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두물머리를 중심으로 천주교의 천진암 성지와 양근성지와 마재성지가 형성된 원인이기도 합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너무나 아쉬워 저는 자주 가정을 해봅니다. 만일 200년전 실학이 부패한 조선을 개혁했고 천주학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개방했다면,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일본 명치유신보다 70년 앞서 발전했을 것이고 식민지배가 없었을 것이고 간도협약으로 인한 만주벌판도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족분단의 비극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실패했고, 현재의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두물머리는 생명평화의 가치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반대의 기치를 내걸고 종교인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각 종파의 성직자들이 만나서 같은 지향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한강에서 불교의 스님들이, 북한강에서 개신교의 목사님들이, 두물머리에서 천주교의 신부님들이 생명과 평화를 위해 단식과 기도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죽어가는 강과 그 속의 뭇 생명들을 위해 자신들을 바치고 있습니다. 물신숭배에 물든 우리 사회에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꽃피우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저희 프란치스코회의 수도자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0년 1월 11일 제가 ‘주님, 생명의 강을 지켜주세요’라는 지향으로 21일간 단식기도를 했고, 그 이후 저희 수도회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7일에서 15일까지 각자 선택하여 단식기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각자 자신의 사도직을 하고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두물머리 강변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노래’를 부르며 4대강 개발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자연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노래’는 우주안의 모든 피조물을 형제 자매로 여기며 자연을 통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성인은 물과 땅을 이렇게 노래하며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내 주님, 쓰임새 많고 겸손하고 보배롭고 순결한 자매, 물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옵소서. 내 주님, 우리의 자매요 어머니인 땅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옵소서. 그는 우리를 기르고 다스리며 울긋불긋 꽃들과 풀들과 온갖 과일을 낳아주나이다.”
교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생태영성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에게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 “보시니 참 좋았다”는 세상의 모든 자연이 혈육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청빈의 통해 인간의 모든 탐욕을 내려놓은 프란치스코 성인은 하느님의 흔적과 손길이 느껴지는 모든 창조물을 개발과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형제 자매로 여겨 노래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모든 창조물은 그 안에서 생명과 평화를 누리는 성서였습니다.
인류는 스스로에게 알맞은 생존방식을 찾고자 자연을 개척하는 문화적 삶을 일구어내었습니다. 자연을 경작하여 농경지를 만들고 함께 모여 살 공동체 주거지도 조성했습니다. 이때 문화적 인간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물이었습니다. 고대의 4대문명이 강을 낀 유역권에서 탄생했듯이 물은 문화적 인간에게 생명의 젖줄이었습니다. 이후 맑고 깨끗한 물을 용이하게 얻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었고, 이 과정에서 강 유역권은 인간의 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초기의 인류가 이런 문화적 행보를 취할 수 있었던 데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영성적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그런데 지금, 우리의 어머니인 강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강의 품안에서 살아숨쉬는 모든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강바닥이 파헤쳐지고 강변이 잘려나가고 습지가 파괴되어가고 있습니다. 강물속의 물고기와 많은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조성된 강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새들의 안식처인 갈대숲들이 베어지고 있습니다. 은빛햇살 반짝이는 모래사장은 황톳빛 흙으로 덮이고 금빛아른 거리는 강물은 진흙탕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강바닥은 속살을 드러내어 중금속에 오염된 시커먼 오니토로 덮여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 현장모습입니다.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선거공약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들끓는 사회여론을 감안하여,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수정과 변화를 거쳐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여기에는 주요한 강을 연결하는 터널공사 계획이 빠져 있기 때문에, 일단 대운하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 강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정비하며 보를 설치하는 등의 계획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 있습니다. 결국 한반도 주요 강은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정부는 물 부족 해결,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3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2조원을 투자하여 지역개발과 고용등 경제효과를 창출하겠다고 합니다. 나아가 이런 국가적인 사업을 3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완성하겠다고 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의 4대강 정비사업 정책평가연구서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UN과 전임정부들의 자료들을 자신들의 사업계획에 유리하도록 자의적이고 취사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물부족, 홍수예방, 수질개선, 지역경제활성화등의 주장은 그 근거자료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준설과 보(댐)가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심각하게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환경청(EPA)은 매드강 유역의 채굴과 관련하여 준설에 따른 “변화는 직접적으로는 미생물과 생태계를 열악하게 하고 간접적으로는 먹이사슬에 피해를 주어 물고기나 수생생물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강의 생태계는 물리적 서식지와 강한 연계관계에 있으며, 그에 따라서 강의 물리적 구조가 바뀐다면 전체 생태계의 기본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현재 계획된 보 설치 계획은 고정보가 아니라 가동보이기 때문에 수질오염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가동보는 전력으로 수문을 쉽게 개방할 수 있어 수질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홍수기에는 수문을 개방하여 홍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질이 악화되는 시기는 주로 비가 오지 않는 겨울철에서 봄철까지의 갈수기입니다. 그런데 수질악화를 방지 위해 이 시기에 수문을 개방하여 물을 방류하면 물을 저장할 보의 설치목적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수질오염을 막으려 방류하면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위해 보를 설치해야 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정부의 보를 설치해야 한다는 이유가 논리적 모순에 빠져버립니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을 통해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준설하며, 호안불록을 쌓게 되면 수심, 유속, 수질, 유역환경을 변화시켜 오랜세월 지속되어온 4대강 유역의 고유한 생태계를 교란시켜 많은 생명체들을 죽게 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 그 자체가 심오한 치유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위대한 자연에 대한 명상은 평화와 평온을 가져다 줍니다.”(14항)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는 2010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평화를 일구려면, 창조계를 보호하십시오”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1972년에 <스톡홀름 UN인간환경회의 메시지>를 통해 “인간과 자연, 양자는 운명적으로 서로 함께 뒤얽혀 있어서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도 서로 공동운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물질적 진보를 향한 맹목적이고 폭력적이며 자의적인 욕망 대신에 생태계를 존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눈을 뜨고 있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교도권의 가르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당성을 알립니다.
첫째. 4대강사업은 반생명적이며 반생태적 사업입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습니다. “4대강사업은 우리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것”이며, 4대강사업의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의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사업은 생태계를 살리고 13억톤의 물을 확보하는 생명, 생태계, 수자원 복원사업이며 이는 내 소신이기도하다”며 주교회의와 상반된 주장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주교회의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이 4대강사업의 현장상황과 너무 동떨어지고 그의 소신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공사현장은 강바닥이 파헤쳐지고 강변이 잘려나가고 습지가 파괴되어가고 있습니다. 강물속의 물고기와 많은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 생태복원사업이라고 홍보하지만 현장공사는 반생명적이고 반생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둘째. 4대강사업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파괴하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다음과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 실무진 설명을 들어보았지만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해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사업이 자신의 개인적 소신이라고 합니다. 국가지도자의 개인적 소신은 많은 연구와 토론과 검정과정을 거쳐 국가사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지도자의 그릇된 소신이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음을 독재시대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적 합의와 적법한 절차,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전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사업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셋째. 4대강사업은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사업입니다.
4대강사업은 홍수대비, 수질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견해가 다른 전문가들에 의하면, 4대강사업의 보와 둑이 오히려 수질을 오염시키고 홍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2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지 않고 대형건설사의 이윤확대와 일시적인 고용효과만 일으킨다고 합니다. 나아가 4대강 사업은 복지예산을 축소시켜 계층간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많은 사회갈등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미래지식산업에 투자하여 청년실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사회경제인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4대강사업은 경제적인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반생태적인 사업입니다. 4대강사업은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사업입니다.
이상과 더불어 4대강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사업목적과 현장상황이 너무나 다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생태환경을 만든다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깨끗한 물관리를 주장하면서 물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위에 진실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4대강사업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사업은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지향해야 하는데 4대강사업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토를 황폐화시키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습니다. 우리가 4대강사업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집단적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물불 안가리고 서로를 할퀴고 있습니다. 남대문 화재가 우리의 가슴을 무너뜨렸고, 광우병 촛불이 불신을 일으켰고, 용산참사가 인권을 짓밟았습니다. 불이 우리 사회를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이제 물이 우리 사회를 삼키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젊은 생명을 삼켜버렸고 이로 인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국토를 유린하고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역사안에서 표징을 통하여 당신의 뜻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표징을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꿰뚫고 있는 중요단어는 의혹과 물신입니다. 우리는 이 정권이 의혹으로 시작되었음을 잘 기억하고 있고, 지금도 여러 정책과 사업들이 명명백백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보고 있습니다. 의혹은 의혹을 낳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과 역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죄악의 은폐성과 연계성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물신의 맘몬을 숭배하고 있습니다. 돈만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고 행동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땅값 오른다고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떡고물이 없다고 돌아서는 지역민심을 보면서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를 보게 됩니다. 또한 우리안의 거짓과 맘몬을 보게 됩니다. 물질적 안락과 이기적 행동이 거짓과 맘몬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단절의 고리를 끊어버립시다.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위대한 거부’를 통해 거짓과 맘몬과 맞섭시다. 4대강 현장으로 달려가서 기도합시다. 신음하는 어머니인 강과 함께 성 프란치스코의 ‘피조물의 노래’를 함께 부릅시다. 두물머리 오후 3시에 봉헌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적극 참여합시다. 그러면 길이 보일 것입니다. 아멘.
201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