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회 안에서도 4대강 개발 문제 최대 쟁점이 될 것
글 출처: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올해, 교회 안에서도 4대강 개발 문제 최대 쟁점이 될 것
[지금여기 데스크] -베네딕토 16세 평화의 날 담화문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천주교 주교들 사이, 4대강 개발에 대한 의견차 있는 듯..가톨릭교회에서는 새해 첫날을 여는 1월 1일을 매년 평화의 날로 지정하고, 로마에서는 교황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해 왔다. 2010년 올해도 어김없이 제43차 평화의 날을 맞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담화문이 발표됐다.
교황은 담화문에서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국가 지도자들,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생태계의 문제를 다룬 이번 담화문은 선임교황인 요한바오로 2세의 1990년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창조물들과 함께 하는 평화>를 계승하고 있다. 당시 요한바오로 2세의 언급은 환경보존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첫 담화였으며, 2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 변화된 상황에 교황이 적극적으로 응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교황, 기술적 해결책 의존하기 보다 인간과 자연 관계에 주목해야.. 베네딕토 교황은 담화문에서 "교회는 구체적인 기술적 해결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전문가’로서 창조주와 인간 그리고 창조 질서의 관계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노력한다"고 하면서, "기후 변화, 사막화, 광활한 농촌 지역의 황폐화와 생산량 감소, 하천과 지하수 오염, 생물 다양성의 상실, 자연 재해 증가, 적도와 열대 우림 지역의 남벌과 같이 현실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어찌 무관심할 수 있겠습니까? 자연 서식지의 파괴로 주거지와 흔히는 재산까지도 잃고 강제 이주의 위협과 불안으로 내몰린 '환경 난민들'의 현상이 증대하고 있음을 우리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 베네딕토 16세(Joseph Ratzinger)따라서 교황은 "우리의 발전 모델을 장기적으로 깊이 재검토하고, 아울러 경제의 의미와 경제 목표를 고찰하여 그 역기능과 오용을 바로잡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환경파괴가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추구에서 기인하고, 결국 이는 피조물에 비극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모든 경제 결정은 도덕적 결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주신 선물인 땅과 물과 공기를 보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를 자멸에서 구해내기 위하여 공공 생활에서 그 책임을 행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은 이처럼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생태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었는데, 한국사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올해 들어 4대강 개발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이미 지난 해 12월 12일에는 세계적인 습지 전문가들의 모임인 세계습지네트워크(WWN)가 이명박 정부에 4대강 사업 중단을 권고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세계습지네트워크, 이명박 정부에 4대강 사업 중단 권고 서한 보내창원에서 있었던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설립된 세계습지네트워크는 전 세계 200여 개 이상의 습지 관련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서한을 통해 "각종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정부의 4대강 사업은 람사르협약이 제시한 습지의 현명한 이용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습지 복원과 환경영향, 지역사회 참여 등에 관한 람사르협약의 지침을 무시하는 것으로, 한국이 람사르협약과 새천년발전목표, 생물다양성협약 등 수많은 국제 협약을 이행하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한에서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에서는 '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세계습지네트워크와 전 세계의 모든 습지 전문가들은 새로운 댐(보)을 건설하고 강을 준설하는 것은 결코 '복원'이라고 불릴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은 대대적인 생물다양성 손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커다란 환경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단기간에 나타나겠지만 어떤 영향은 강과 수계가 더 이상 자연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장산벌에서 '4대강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천주교연대'에 참여하는 사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4대강 개발 저지하기 위해 연대의 틀 만들어 활동해..의정부 교구 이한택 주교, 의견 차이 보여..
한편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4대강 개발 문제는 최대의 사회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에서는 지난해 11월 24일에는 팔당 두물머리에서 4대강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사제들이 함께 힘을 모아 더 강하고 조직력 있게 정의의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난 해 12월 8일에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천주교 연대'를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9개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남녀 수도회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 천주교 환경단체 대표 등 40여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모여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천주교 시국회의를 열고 천주교연대를 발족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에서는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 인간의 탐욕에 기인한 무분별한 개발과 경제 지상주의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면서 "특히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와 물길을 위협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한마디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다. 인간이 경제적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물길을 바꿀 수 있고, 조작할 수 있고, 진실을 왜곡 할 수 있다는 개발과 경제성장을 위한 맹목적 욕구의 드러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수원교구 양수리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천주교 비상행동 선포식'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는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고문 최덕기 주교를 비롯해서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인천교구, 의정부교구 소속 24명의 사제가 동참했다.
이날 치러진 미사와 선포식은 애초에 의정부교구(교구장 이한택 주교) 관할인 장산벌에서 하기로 예정되었으나, 갑작스럽게 수원교구 관할인 양수리성당으로 행사장소가 바뀌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의정부 교구의 이한택 주교가 관할지역 내 행사를 불허했으며, 교구장 입장과 상관없이 4대강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해당 교구 사제들에게 경위서를 쓰게 했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4대강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천주교 연대'가 주관하는 비상행동선포식 행사는 양수리성당에서 하고, 생명의 띠잇기 행사와 기념식수 행사만 장산벌에서 '팔당유기농지보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하게 된 것이다.
이날 미사에서 천주교 연대 고문인 최덕기 주교는 "4대강 사업은 공동선의 의무를 저버린 죽음의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행동했는데, 같은 주교로서 이한택 주교는 다른 소신을 갖고 있다는 뜻일까? 설령 4대강 사업에 대해 다른 견해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속 사제들이 개인적 소신을 갖고 참여하는 데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 옳은 태도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선포식에 참석한 어느 신자는 "이래도 되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기본적으로 교구장은 자신의 신념이 옳다면 소속 사제들을 먼저 설득해야 하며, 설득이 안 되더라도 개별 사제들이 가진 복음적 판단과 신념의 다양성에 대해 존중해 주는 게 옳을 것이다.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는 4대강 문제를 다룬 만화자료집을 펴내 전국에 보급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4대강 사업 중단 요구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에서는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생태적 치유와 4대강 개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이라는 주제로 전국을 순회하며 '교구별 생태복음화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여기에 참여한 교구는 광주교구, 대구대교구, 수원교구, 부산교구, 안동교구, 서울대교구 등이다. 이 교육을 시작하면서 환경소위원회는 "우리 사회는 수도권과 지방 전역에서 골프장과 대규모 국책 사업, 특히 4대강 정책에서 보는 것처럼,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 자연 생태계의 소중한 가치들을 훼손하는 데 익숙해져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세속적 경제 활동을 하느님의 역사와 통합하여 창조 질서에 부합하는 사람 살림과 자연 살림(하느님의 생태적 구원 역사)으로 승화시켜 갈 사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교육의 취지를 밝혔다.
또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신자들이 올바르게 인식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하고자, 만화 자료집 <창조질서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은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를 제작해 전국 교구와 본당에 배포했다.
또한 앞서 보듯이,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적어도 주교회의 해당 위원회 차원에서는 4대강 개발의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이며, 최덕기 주교는 은퇴주교이기는 하지만, 직접 '4대강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천주교 연대'의 고문을 맡아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한강 유역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의정부 교구에서 교구장이 이러한 활동에 협조적이지 않다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교회는 베네딕토 교황의 담화문처럼 인간들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