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살이 4주간 묵상
지글지글 끓는 우리 공동의 집 지구
김종화(작은형제회 사제)
[관찰하기: 지구는 들끓고 있다]
<시즐: 지구온난화 코미디?(Sizzle: A Global warming comedy?)(2008sus)라는 영화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기후변화 씨네톡 7월 영화로 선정되어 상영되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생물학자 랜디 올슨은 기후 변화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직접 영화감독이 되어 제작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스텝을 뽑지만,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카메라맨은 과학자들의 인터뷰 도중 계속 끼어들고,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키려는 시도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감독은 스텝들과의 좌충우돌 속에서 중요한 뭔가를 빠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기후변화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야 하며,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편견, 심지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식일지라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문제를 전달할 때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겪는 빈곤과 생명의 위협에 처한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영화의 제목(Sizzle: 지글지글 끓다)처럼 지구온난화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내닫는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수많은 정보가 넘쳐흐르는데,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 나오는 보고서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 티 플래너리는 그 의 책에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해 많이 인용되는 논문을 발효한 수백 명의 과학자가 합의한 견해만을 보고할 뿐 과학계의 주류 입장을 발표한 것이 아니며, 단지 최소공약수를 발표한 보수적인 견해다”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5년마다 발표되는 IPCC가 무슨 말을 하면 믿는 것이 좋으며, 그 사태는 갈수록 훨씬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한다.
2007년 IPCC 보고서가 출판된 이후, IPCC 위원회는 앨 고어와 함께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확고한 증언이다. IPCC위원회는 기후변화 문제가 “전쟁과 평화”의 문제라고 주장했는데, 노벨상이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유 또한 “지구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더욱 심한 경쟁이 국가 안에서 그리고 국가들 사이에 폭력적인 갈등과 전쟁의 위험을 전가하지 때문”이라고 했다.
IPCC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 자료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09년 코펜하켄협약 그리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차례로 체결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체결된 기후변화 협약들은 각국의 이해관계와 주도권 경쟁으로 구속력도 없이 소문만 무성한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가장 최근에 체결된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또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실행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앞으로 계속될 예정이기에 희망의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
산업혁명기에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가 280ppm 정도였는데 현재는 400ppm을 넘어섰고, 지표면의 평균온도도 산업혁명 대비 0.8도 상승했다.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이 같은 심각한 기후붕괴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유지하고, 1.5도 상승을 제한하도록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결정은 파리기후협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데, 선진국과 후진국의 이해관계를 모두 포함한 정치적 내용이다. 2018 년 10월 1일부터 5일가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IPCC 총회 48차 회의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 토론이 심도 있게 진행된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인천 총회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IPCC에 이례적으로 정식 요청한 ‘1.5도 특별부고서“가 승인될 예정이다. IPCC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공동된 입장이 2100년까지 섭씨 최하 4.5도에서 6도까지 상승할 예정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관련한 논쟁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기후변화에 결정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20년밖에 없다. 과학계는 지금 당장 어떠한 행동이라도 취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지나쳐버릴 수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판단하기“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존중하기]
1979년에 발간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회칙 「인간의 구원자」에는 환경에 미치는 위협이 언급되었지만, 베네딕도 16세가 모든 성직자들에게 보낸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와 2006년 교황청 주재 외교사절들에게 한 연설문에는 지구 온난화나 더 광범위한 환경 관련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바오로 사도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8장 22절에서 “모든 피조물이 지금가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라고 한 말을 묵상하면서, 그 말을 전 세계적 환경파괴에 적용했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도 지구온난화를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2015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번째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했다. 이 회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교황들의 회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았다. 이 회칙은 단순한 사목지침서라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요청하시는 가장 긴박한 요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약 직전에 이 회칙이 발간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데, 가톨릭을 비롯한 모든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한다.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 대하여 인간이 저지른 피해를 복구하려면 모든 이의 재능과 참여가 필요합니다.”(14항)
아일랜드 생태신학자 션 맥도나는 「찬미받으소서」를 서로 연결된 두 가지 주제로 해석한다. 첫 번째는 인류에게 모든 피조물의 집인 지구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며 착취를 그만두라는 요청이다. “이 누이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2항)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21항) 두 번째는 세상의 가난한 이들과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한 기회조차 박탈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환경과 사회의 훼손은 특히 이 세상의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48항) 교황에게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양쪽 모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현재의 경제 불평등과 전 지구적 생태문제에 대한 구조적 현상과 문화적 측면을 다각도로 분석한 이후에 대화와 행동으로 나설 것을 제안한다. 회칙이 분별한 시대 징표들은 약한 생명체들이 죽임을 당하는 전 지구적인 생지옥의 상황이다. 이것은 인류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구조적 위기이며,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회칙에 대하여 모든 사람의 반응이 긍정적이 것은 아니다. 미국 공화당 지도자들과 화석연료 산업계 그리고 하트랜드연구소 같은 보수적 재단들은 회칙의 가르침에, 특히 기후변화에 관해서 이의를 제기했다. 기후변화를 부인했던 원로이자 상원 의회의 환경 및 공공사업 위원회 의장 제임스 인호프 의원은 “교황은 그의 일을 해야 하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가톨릭 성직자가 회칙을 지지하지만, 교회 안에도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이들이 일부 있다.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은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아름다운 요소가 많다고 동의하면서도 교회는 과학적 문제에 발언하라는 어떤 명령도 하느님에게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회칙이 “호평을 받고”, “미래세대와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아름답게 정리했다”고 인정했다.
[성찰과 기도: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과 창조질서의 보존]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비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은 최악의 것을 자행할 수 있지만, 또한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정신적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여 자신에게 벗어나 다시 선을 선택하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205항)
「찬미받으소서」 회칙 1항에 나오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찬가’는 하느님과 인간 피조물 모두가 단절된 관계를 ㅚ복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할 수 있는 희마의 길을 제공한다.
‘피조물의 찬가’는 프란치스코가 1224~1225년 사이의 겨울, 성 다미아노 수녀원 주변의 움막에서 머무를 때 지었고, 후반부인 제3부를 그의 죽음이 임박했을 때 추가했다. 이 서사시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화창한 날, 환희의 순간에 태양을 바라보면서 쓴 것이 아니라, 그가 정신적으로나 육신적으로 극도의 고통 중에 있을 때 쓴 것이다. 이 시적인 하느님 찬미가는 연대적으로 세 단계로 발전한다. 각 단계는 하느님, 피조물 그리고 인간 영혼에 대한 프란치스코의 시각을 드러낸다. 프란치스코는 총 33절로 구성된 이 찬미가를 쓰면서 그리스도교의 창조론과 종말론 그리고 그리스도로(육화사상)를 특히 강조하며 신비신학의 관점으로 표현했다.
프란치스코에게 이 세상을 마치 하느님의 정원처럼 펼쳐진다. 그에게 모든 피조물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형제자매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선물이 바로 피조물이라면, 피조물들의 창조는 사랑의 결과임이 확실하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발췌
2019.12.24